“미안합니다. 말씀하시는 바에 대해서는 바로 보완해 드리기가 어려울 것 같아서. ……이해를 먼저 해야 하는 문제니까요.”
습관적인 사과였다. 그가 미안하다고 말하는 일은 흔히 있는 일이기에 놀라울 건 없었다. 다만 아서는 애매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자신의 얼굴을 어떻게 움직여야 하고, 그것이 어떻게 보일지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의 표정. 그것은 일그러져 있었고, 조금…… ‘곤란한’ 감정과 가까운 듯한 형태를 띠었다.
시모네가 내심 놀라며 아서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동안 생긴 대로만 살던 녀석이 조금은 다르게 생각하려는 것인지, 정말로 사람다운 마음을 한 자락이라도 얻으려고 하는 것인지 알 수는 없었다. 곤란한 표정이라니, 아서와 지독하게 어울리지 않는 말이었다.
두 가정 모두 가능성은 극히 낮아 보였지만 시모네의 눈에는 아서가 그나마 살아 숨 쉬는 존재로 보였다. 그동안 한 집에서 지내면서 아서를 인간다운 인간으로 보았던 적이 있었나.
시모네가 잠시 발견했던 ‘아서의 인간적인 구석’은 아서가 평소와 같은 미소를 짓자 한순간에 녹아내리고 말았다. 아서는 나가보겠다는 말도 없이 스르르 집을 나섰다.
그럼 그렇지. 시모네는 혀를 차며 천천히 일어나서 제 방 침대로 갔다. 평소보다 훨씬 일찍 일어난 탓에 잠이 몰려왔다. 아마 앞으로의 나날도 그동안과 별 다를 바 없겠지. 기대하기에는 아서도, 시모네도 뒤틀린 구석이 너무나 많았다. 그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시모네가 요 며칠간 이전과는 다른 행동을 했던 것은, 앞으로 달라질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아주 조금이라도 보고 싶었던 것일지도 몰랐다. 가능성의 크기가 지나치게 작았으나 시모네는 그 정도로 충분했다. 교회에서 도망칠 확률을 재면서도 극도로 미미한 가능성을 보곤 했으니.
시모네는 눈을 감았다. 아무런 꿈도 꾸지 않고 잠을 자는 순간만큼은 나름 평범한 것 같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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